한국의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는 현상이 매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많은 간호사들이 간호학과를 졸업하고도 병원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이직하거나, 아예 임상 현장을 회피하는 추세입니다.
이 글에서는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는 다섯 가지 주요 이유와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합니다.
1. 과중한 업무량과 부족한 인력
한국 병원은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가 많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OECD 평균보다
훨씬 높은 환자 수를 담당하는 현실에서 간호사들은 지속적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느끼게 됩니다.
간호사는 환자의 생명을 직접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실수가 곧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그만큼 신체적·정신적 압박도 큽니다. 하지만 이러한 고강도 노동에 비해 인력 충원은 매우 느리며,
오히려 퇴직자 수가 더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신규 간호사에게 과도한 책임을 떠맡기는 구조도 문제입니다. 이는 결국 조기 퇴사를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해결 방안: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법적으로 제한하는 ‘간호관리료 차등제’의 실질적인 강화와 함께, 병원 내 충분한 인력 배치를 위한 정부 보조 정책이 필요합니다. (간호사법이 제정되어 해결될 지 모르겠지만요!)
2. 열악한 임금 및 수당 체계
많은 간호사들이 "힘든 만큼 받지 못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야간 근무, 교대근무, 휴일 근무 등 고강도의 노동을 감당하면서도 그에 비해 수당은 낮거나
누락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특히 신규 간호사나 계약직 간호사의 경우, 기본급은 낮고 수당 기준도
불투명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결 방안: 간호사의 업무 강도에 상응하는 임금 체계를 마련하고, 수당 지급을 법적으로
명확히 명시해야 합니다. 야간·주말 근무 등 특수 수당에 대한 투명한 기준도 병원별로 제시되어야 하며,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이를 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수직적인 조직 문화와 '태움'
병원 내 위계 중심의 조직 문화는 간호사들의 정서적 소진을 유발하는 큰 요인 중 하나입니다.
특히 신규 간호사들이 선임 간호사에게 지속적인 질책과 압박을 받는 이른바 '태움 문화'는
아직도 일부 병원에서 남아 있는 실정입니다. 이 문화는 단지 개인 간의 갈등 문제가 아니라,
병원 전체의 소통 구조와 인사 시스템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해결 방안: 병원 내 간호사 대상의 정기적 조직문화 평가와 외부 감사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익명 설문,
내부 고충처리 시스템, 조직문화 전문 컨설팅 등을 통해 건강한 소통 구조를 마련하고,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4. 불안정한 고용 형태와 승진 구조
간호사 중 상당수는 계약직으로 채용되거나, 파견 간호사로 일하면서 안정적인 고용 보장을 받지 못합니다.
병원은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정규직 채용을 꺼리고, 정규직 승진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이로 인해 간호사들은 병원을 장기 근속하기보다는 더 나은 조건의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것을 선택하게 됩니다.
해결 방안: 정규직 간호사의 비율 확대를 병원 경영 평가 지표에 포함시키고, 승진과 보상에 대한
투명한 기준 마련이 필요합니다. 또한, 일정 근속 연수 이상 시 자동 정규직 전환제 도입 등을 통해
고용 안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5. 일과 삶의 균형 붕괴
특히 MZ세대 간호사들은 개인의 시간과 삶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교대근무, 불규칙한 스케줄, 잦은 야간 근무 등은 워라밸을 심각하게 침해합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려우며, 자기계발이나 휴식도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로 인해 간호사들은 병원보다는 보건소, 기업체, 건강검진센터, 혹은 전혀 다른 업종으로
이직을 결심하게 됩니다.
해결 방안: 교대근무 간 최소 휴식 시간 확보, 연차 사용 보장, 정기적인 휴식제도 도입 등이 필요합니다.
또한 병원 내에서 선택 근무제나 탄력 근무제를 도입하여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스케줄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한국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는 것은 단지 개인의 불만이나 인내 부족 때문이 아닙니다.
이는 구조적으로 지속된 병원의 운영 방식, 정부의 정책 부재, 사회적 인식 부족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간호사는 의료 시스템의 핵심 인력입니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병원에 남아 전문성과 헌신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국민 건강을 지키는 첫 걸음입니다.